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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검사를 다시 봤더니 처음과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떤 결과가 맞는 걸까요?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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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로부터 최근에 이미 인성검사를 본 응시자에 대해 재검을 실시하고 싶다는 요청이 간혹 들어오곤 합니다. 특히 소규모 수시 채용에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담당자에게 재검 신청 이유를 물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대개는 응답신뢰도가 낮아 무효로 판정된 응시자에 대해 면접 또는 선발 시 참고할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또 다른 목적은 고객사 기준에 따라 탈락 판정을 받은 응시자에게 재검증 차원에서 한 번 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참고로 앞서 말한 무효 판정도 탈락으로 간주하는 회사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검 실시 후 이전과 다른 결과를 받게 되면 채용 담당자들은 또 한 번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어떤 결과가 응시자의 실제 모습인지, 그리고 재검 결과를 근거로 채용을 진행해도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면서 말이죠.
‘인성’은 영어로 ‘Personality’, 즉 개인을 구분할 수 있는 고유의 속성을 의미하며 일시적인 것이 아닌 항상성을 지니는 특성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노력이나 훈련으로는 쉽게 변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재검 결과가 이전과 동일하게 나와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사례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인성을 측정하는 ‘도구, 방식’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인성’을 측정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보통은 정확성과 효율을 함께 고려하여 자기보고식 검사 형태로 실시합니다. 자기보고식 검사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응답에 의존하여 측정하기 때문에 응시자의 검사 이해도나 상태(Condition), 특히 마음가짐(Mindset)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따금 응답 방식을 아예 잘못 이해하거나 답을 밀려 쓰는 경우에 신뢰도가 낮아져 검사 무효 판정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는 당연히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담당자로서 고민되는 유형은 합격을 위해 과장 응답하여 무효로 처리되었거나, 혹은 낮은 점수로 탈락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다가 재검하는 경우입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미 검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로부터 다시 동일한 검사에 응시하라는 통보를 받는다면, 대체로 이전 결과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재검 사유까지 알게 된다면, 이전 검사 시 자신이 잘못 응답했다고 느꼈던 부분을 의식하면서 인위적으로 왜곡 응답하게 되므로, 오히려 이전보다 실제 모습과 더욱 동떨어질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한 고객사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 고객사의 요청으로 인성검사를 총 세 번이나 다시 본 응시자가 있었는데, 결국 무효 – 탈락 – 합격 순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해당 정황을 유추해 볼 때, 응시자는 첫 번째 검사에서 무효 판정을 받은 뒤 솔직하게 응답하지 않았으니 다시 검사에 임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그에 따라 두 번째 검사에서는 매우 솔직하게 응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탈락, 그것도 최하 레벨이 나와서 해당 결과로는 도저히 뽑을 수 없었는데, 마땅한 다른 지원자도 없고 당장 채용이 시급한 직무였기에 회사는 응시자에게 한 번 더 검사를 권해서 결국 세 번째 검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담당자가 재검 이유를 자세히 말하지 않았더라도 응시자 입장에선 이전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서 마지막에는 교묘하게 방어적으로 응답해 결국 합격이 될 정도의 결과를 얻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응시자가 마음만 먹으면 인성검사에서 무조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오해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신뢰도와 타당도가 제대로 검증된 인성검사라면 약간의 점수 차이는 있을지라도, 재검 결과에도 응시자의 기본 속성과 경향은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재검 사례들을 살펴보면 총점이나 레벨에는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대부분 검사-재검사 간의 상관은 요인별로 .5~.7 이상의 높은 수치를 보입니다. 즉, 점수는 다소 달라질지라도 응시자의 강약점이나 주요 특징들은 거의 유사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잘 만들어진 채용 인성검사는 문항만 보고서 무엇을 측정하는지, 어떻게 응답하면 합격할 만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왜곡 응답을 하다가 되려 과장 반응으로 무효 판정을 받기 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