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접이라고 하면 대개 다수의 면접관이 한 명의 지원자에게 번갈아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전통적인 면접 장면을 떠올립니다. 면접에는 이 외에도 발표면접이나 관찰면접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형태의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관 간의 질의응답을 위주로 진행됩니다. 이 때 종종 지원자에 대한 1분 자기소개가 활용되는데, 오늘은 그 필요성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흔히 인성면접, 경험면접 또는 BEI면접이라고 불리는 대화형 면접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이인 지원자와 면접관이 지원자의 다양한 과거 경험에 대해 여러가지 형태의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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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현장에서 면접은 대개 짧은 기간동안 매우 밀도 있는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왜냐 하면 특히 내부 면접관으로 발탁된 사람들은 대부분 업무 현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우수한 인력이라 면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면접 일정은 면접관이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등 지원자에 대한 기본 자료를 리뷰할 시간조차도 넉넉하지 않은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면접관은 계속 이어지는 면접 일정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서 지원자의 기본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기회로 1분 자기소개 시간을 활용하곤 합니다.
특히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긴장되는 상황이라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단 본인이 준비해온 것을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은 마음을 가다듬고 말문을 열면서 자기가 쌓아온 역량을 드러내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실 경험이 많은 면접관이라 하더라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짧은 시간 내에 역량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지원자가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면접관도 지원자의 역량에 대한 다양한 증거를 확보하며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1분 자기소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위에 언급한 점들을 고려해보면 면접관에게나 지원자에게나 작게나마 나름의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다만, 지원자들에게 1분 자기소개를 시키기로 한다면 평가자가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첫인상의 오류입니다. 지원자는 면접관에게 최대한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을 강조하며 강렬한 첫인상을 통해 관심을 끌고자 합니다. 면접관도 사람이니만큼 처음에 지원자의 외모, 복장, 목소리 등을 통해 첫인상을 형성하게 되며, 첫인상은 이후의 정보로부터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 있어 일종의 프레임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은 강한 첫인상으로 인해 이후의 역량 검증 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다음은 지원자의 의도에 휩쓸릴 위험입니다. 구조화된 면접에는 꼭 평가해야 할 역량이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의력, 협력, 성실성 등을 평가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지원자가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했던 경험을 매우 인상깊게 말했다고 했을 때, 여기에 지나치게 주의가 쏠리면 나머지 평가 항목인 협력, 성실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자기소개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의 표시를 해주면 좋겠으나, 지원자의 의도에 휩쓸려 평가해야 할 역량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 배분입니다. 의욕이 넘치는 지원자는 자기소개를 요청하면 자신에 대해 한도 끝도 없이 말할 수도 있습니다. 30초~1분 이내로 시간을 분명하게 제한하거나, 직무와 관련된 부분에 한해서 자기 소개를 하도록 범위를 제한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면접에서의 1분 자기소개는 선택사항입니다. 면접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면 1분 자기소개는 이후의 면접 진행을 좀 더 원활하게 해주는 순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1분 남짓한 자기소개 자체로 지원자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자신감, 발표력 정도일 것입니다. 따라서 1분도 소중한 제한된 면접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것인 만큼 면접관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부가적인 고려 사항입니다만, 만약 1분 자기소개를 하도록 한다면 일부 지원자에게만 시킬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날 해당 면접관과 만나게 되는 모든 지원자에게 같은 기회를 주어야 면접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 제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종 검토: 최희경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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